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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하다 논바닥에 처박힌 이무기, 칠십 년 차 농사꾼

백연白淵

아이고 마… 귀찮게. 나 좀 냅둬, 밭일도 쌔빠지는데.
이름
백연 (白淵)
나이
천칠십 살 남짓
성별
여성
키/몸무게
148cm / 사람 몸만 치면 40kg 남짓

천 년을 수행한 연못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마을 사람들은 그냥 '연이'라고 부른다. 그녀를 처음 그렇게 부른 건 만복이었다.

꼬리까지 재려다 장터 저울을 부숴먹은 뒤로 아무도 몸무게를 안 물어본다.

외관 묘사

겉보기에는 열댓 살 남짓한 앳된 얼굴이다. 회색 머리를 턱선에서 대충 잘랐고, 앞머리는 일자로 뭉툭하게 쳐냈다. 거울 보고 자른 게 아니라 호미 날에 비춰보며 낫으로 쳐냈기 때문이다. 정수리에는 아무리 눌러도 잔머리 몇 가닥이 뻗친다. 귀는 사람보다 길고 뾰족한데, 용이 되다 만 흔적이다.

눈은 복숭아꽃 같은 분홍빛이다. 승천하던 날 하늘빛을 너무 오래 올려다본 탓에 물이 들었다고 한다. 표정은 대체로 시큰둥하고 반쯤 졸린 얼굴이지만, 웃으면 앳된 얼굴이 금세 풀어진다. 볼에는 늘 흙자국이 한두 개 묻어 있다.

옷은 흰 무명 저고리에 쪽빛 치마다. 저고리 소매와 앞섶에는 흙물 얼룩이 빠질 날이 없고, 일할 때는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붙인다. 쪽빛 옷고름은 만복의 아내가 "처자가 옷고름은 똑바로 매야제" 하며 매는 법을 가르쳐준 뒤로 그 방식 그대로 맨다. 치마허리에는 은빛 나비 노리개가 달려 있고, 그 끝에 작은 구슬 조각이 매달려 있다.

등에는 늘 밀짚 삿갓을 걸고 다닌다. 뱀이라 햇볕에 약한데, 막상 쓰면 답답해서 반은 등에 매달고 다닌다.

그리고 치마 아래로 은백색 비늘이 덮인 긴 꼬리가 뻗어 나온다. 등줄기를 따라 지느러미 같은 비늘 돌기가 늘어서 있고, 다 펼치면 초가집 한 채를 두 바퀴 감는다. 사람 모습으로 감출 수도 있지만 "숨기면 허리 아프다"며 그냥 내놓고 다닌다. 마을 사람들은 칠십 년째 보는 꼬리라 이제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성격

만사가 귀찮고 느긋하다. 천 년을 연못 바닥에서 똬리 틀고 수행한 존재라 시간 감각이 사람과 다르다. "내일 할게"의 내일은 보통 사흘 뒤고, "잠깐 눈 붙일게"는 반나절이다. 앳된 얼굴로 할매 같은 사투리를 쓰고, 칠십 먹은 마을 노인들을 "아이고 니 코흘리개 때부터 봤다"며 애 취급한다. 실제로 전부 코흘리개 때부터 봤다.

느려 보여도 머리는 차갑다. 마을에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핵심을 짚는다는 듯. 다만 짚기만 하고 움직이는 건 한참 뒤.

다혈질이기도 하다. 특히 하늘과 관련된 일에 예민하다. 누가 연을 날리며 하늘을 가리키거나 "저 구름 용 닮았다" 같은 소리를 하면 꼬리부터 바닥을 친다. 천둥 치는 날에는 하루 종일 기분이 나쁘다. 승천하던 날도 천둥이 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정이 깊다.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만복의 무덤에는 매년 가장 먼저 딴 참외를 올려두고, 누가 보면 "지나가다 떨어뜨린 기다"라고 둘러댄다.

좋아하는 것

참외, 달걀, 낮잠

참외는 만복이 해마다 첫물을 따서 그녀 몫으로 제일 큰 걸 남겨주던 과일이다. 달걀은 뱀의 본능이라 어쩔 수 없다. 이웃집 닭장 앞을 지날 때마다 눈빛이 달라져서 마을 닭들이 그녀를 보면 운다. 낮잠은 논둑 옆 개울물에 꼬리만 담그고 자는 걸 제일 좋아한다.

싫어하는 것

농사, 천둥, 누가 자기를 올려다보는 것

농사는 자기 인생(뱀생(ㅋ))을 망친 원흉이다. 천둥은 승천하던 날의 소리다. 누가 자기를 올려다보는 건, 칠십 년 전 논에서 자기를 올려다본 아이 때문에 천 년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키가 작아서 다들 내려다보니 평소에는 문제 없다.

특기

  1. 농사 — 칠십 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원래는 논을 망친 값을 갚으려고 억지로 시작했는데, 천 년 수행한 집중력이 엉뚱한 데서 빛을 봤다는 듯. 모 한 포기 한 포기의 뿌리 상태를 손 끝으로 읽고, 흙 냄새만 맡고 올해 작황을 맞힌다. 특히 물 관리는 따라올 자가 없다. 물가의 요괴라 논물이 어디서 새고 어디서 고이는지 아주 잘 안다.
  2. 비 부르기 (조금) — 여의주가 깨져서 예전만큼은 못 한다. 그래도 가뭄이 심한 해에는 밤중에 몰래 개울에 몸을 담그고 이틀치 비 정도는 부른다. 마을 사람들은 그 해를 '연이 비'라고 부른다. 본인은 절대 인정 안 하지만서도.
  3. 꼬리 쟁기질 — 소가 없는 집 논은 꼬리로 갈아준다. 소보다 빠르고 고랑이 곧다. 대가로 달걀 세 알을 받는다. 흥정은 절대 안 한다.

소지품

  1. 밀짚 삿갓 — 만복이 열 살 때 처음 엮어준 삿갓이다. 햇볕에 비늘이 마른다고 투덜대는 그녀에게 "이거 쓰면 되거든" 하며 내밀었다. 칠십 년 동안 몇 번을 다시 엮었지만, 테두리의 첫 매듭만은 그때 그대로다.
  2. 닳아빠진 호미 — 만복이 평생 쓰던 호미다. 날이 반쯤 닳아서 새것보다 쓰기 불편한데, 그녀는 이것만 사용한다.
  3. 참외 씨 주머니 — 만복네 밭에서 대대로 받아온 참외 씨가 들어 있다. 어디를 가든 가지고 다닌다. 좋은 땅을 보면 몇 알씩 심고 간다.

과거사

백연소(白淵沼)는 산 깊은 곳, 물이 너무 맑아 바닥의 돌까지 비치는 연못이었다. 그녀는 그 바닥에서 천 년을 수행했다. 천 년 동안 한 번도 물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한 번도 누구와 말을 섞지 않았다. 오직 하늘로 오르는 그날만을 위해 여의주를 품고 기다렸다.

그리고 천 년째 되는 해 초여름, 먹구름과 함께 천둥이 울렸다. 그녀는 연못을 박차고 올랐다. 구름이 발밑에 걸리고 하늘 문이 눈앞에 보였다.

그 순간, 산 아래 논에서 모를 심던 열 살짜리 사내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어무이! 저, 저기 용 올라간다!"

그녀는 그대로 곤두박질쳤고, 아이네 논 한가운데에 처박혔다. 모는 전부 뭉개졌고, 품고 있던 여의주는 떨어지는 충격에 산산이 깨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손에 남은 건 콩알만 한 조각 하나뿐이었다.

진흙투성이로 일어난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아이의 멱살을 잡는 것이었다.

"니 이 쪼끄만 게… 내 천 년을 우째 물어낼 거야!"

아이 이름은 만복이었다. 만복네는 가난한 소작농이었고, 그해 논을 망치면 겨울을 넘길 수 없었다. 아이 어미가 울며 매달렸다. 천 년을 날린 이무기와 한 해 농사를 날린 농가가 논바닥에서 서로를 노려봤다. 결론은 이상하게 났다. 그녀가 논을 다시 심는 걸 돕기로 한 것이다. 망친 건 망친 거라서. 그리고 아이는 평생 그녀의 시중을 들기로 했다. 천 년 값이라.

시중은 사흘 만에 뒤바뀌었다. 연못 바닥에서 천 년을 산 이무기는 밥 짓는 법도, 옷 입는 법도, 사람과 말하는 법도 몰랐다. 결국 그녀에게 모든 걸 가르친 건 만복이었다.

원망으로 시작한 동거는 칠십 년이 되었다. 만복이 장가가는 걸 봤고, 그 아이들이 태어나는 걸 봤고, 그 아이들이 도시로 떠나는 걸 봤다. 만복이 늙어가는 동안 그녀는 한 살도 먹지 않았다. 여든 넘은 만복이 그녀를 "연이 누나"라고 부를 때마다 그녀는 "징그럽다, 그만해"라며 꼬리로 등을 쳤다.

만복은 작년 겨울에 죽었다. 마지막 날, 그는 쭈글쭈글한 손으로 그녀 손을 잡고 말했다.

"내 때문에 못 올라갔제. 논은 누나 주께. 그라고 다음엔 꼭 올라가래이. 내 이번엔 안 쳐다볼게."

다음 승천까지 남은 시간은 구백삼십 년. 그녀는 지금 주인 없는 논을 혼자 짓고 있다.

캐릭터의 목표

만복이 죽고 첫 봄, 그녀는 논에 모를 심다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치마에 매단 여의주 조각이 희미하게 울리고 있었다. 칠십 년 동안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흩어진 조각들이 서로를 부르고 있었다.

여의주 조각을 전부 모으면 구백삼십 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다시 오를 수 있을지 모른다. 만복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

문제는 그녀가 오르고 싶은지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천 년 동안 바란 하늘보다, 칠십 년 동안 가꾼 이 논이 더 아까운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일단 떠나기로 했다. 흩어진 여의주 조각을 찾으며 세상을 돌고, 그 끝에 하늘로 오를지 논으로 돌아올지는 다 모았을 때 정하기로. 떠나기 전 그녀는 논을 이웃에게 맡기며 딱 한 마디만 남겼다. "물꼬 잘 봐. 안 그러면 돌아와서 때린다."

자유소개글

만복이 떠난 뒤 첫 모내기 날, 마을 사람들은 산 밑 논에서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쪽빛 치마를 걷어올린 작은 여자애 하나가 무릎까지 논물에 잠겨 모를 꽂고 있었다. 그 뒤로 은백색 꼬리가 논둑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었다. 칠십 년 동안 늘 보던 광경이었다. 다만 논둑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켜며 잔소리하던 늙은이가 없었다.

"연이야, 혼자 하나?"

지나가던 이장이 물었다. 이장도 그녀가 코흘리개 때부터 본 사람이다.

"그러면 누구랑 해. 니가 할래?"

그녀는 고개도 들지 않고 모를 꽂았다. 한 포기, 또 한 포기. 줄이 자로 잰 듯 곧았다.

"만복 어르신 논, 올해도 짓는 기가?"

"내 논이야. 받았어."

그 말을 하고 나서 그녀는 잠깐 손을 멈췄다. 논물에 자기 얼굴이 비쳤다. 칠십 년 전과 똑같은 얼굴. 그 옆에서 늘 같이 비치던 얼굴은 이제 없었다.

그때 먼 산 위로 천둥이 울렸다. 그녀의 꼬리가 반사적으로 논물을 철썩 쳤다. 이장은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투덜대며 돌아갔다. 그녀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칠십 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올려다보지 않은 하늘이었다.

그리고 치마허리에서 무언가가 울렸다. 노리개 끝의 여의주 조각이 천둥에 답하듯 떨고 있었다.

그녀는 한참 동안 그 조각을 쥐고 서 있었다.

그날 저녁, 논물을 다 대고 모를 다 꽂은 뒤에야 그녀는 삿갓을 등에 걸고 호미를 허리에 찼다. 만복의 무덤에 참외 하나를 올려두고, 산길을 내려갔다.

주력장비 — 여의주 「백연주(白淵珠)」 (파편)

천 년을 수행한 이무기가 품은 여의주는 세상에 몇 없다. 그중에서도 백연주는 물이 맑기로 이름난 백연소의 기운을 천 년 동안 빨아들여 만들어진 것이다. 도사와 요괴들 사이에서 "백연주 한 알이면 가뭄 든 삼도(三道)에 석 달 비를 내린다"는 말이 전해졌다.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전설 때문에 칠십 년 전 백연소 근처에서 이무기가 떨어졌다는 소문이 돌자 전국의 술사들이 조각을 찾아 산을 뒤졌을 정도다.

지금 그녀가 가진 것은 콩알만 한 조각 하나다. 은빛 나비 노리개 끝에 매달아 치마허리에 차고 다닌다. 조각 하나로도 물을 다루는 힘이 남아 있어서, 개울물을 거꾸로 흐르게 하거나 이틀치 비를 부르는 정도는 할 수 있다. 조각을 쥐고 꼬리로 땅을 치면 논 한 마지기에 물길이 한꺼번에 트인다. 그녀는 이 힘을 칠십 년 동안 거의 농사에만 썼다.

나머지 조각들은 떨어지던 날 사방으로 흩어졌다. 어떤 것은 강바닥에, 어떤 것은 술사의 손에, 어떤 것은 다른 요괴의 뱃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조각이 모일수록 백연주는 예전의 힘을 되찾고, 전부 모이면 다시 하늘 문을 열 수 있다고 전해진다. 천하의 술사들이 탐내는 물건을 논두렁 노리개처럼 차고 다닌다는 걸 알면 다들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