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자, 사유하는 자, 행하는 자
설악薛岳
우린 계속 빛나고 있겠죠?
- 이름
- 설악 薛岳
- 나이
- 27
- 성별
- 女
- 신체
- 175cm 65kg
- 속성
- 바람
외관
겉을 감싼 것
더 이상 흘러내리지 않는 눈물은 굳어 점이 되었고, 섬세한 붓으로 그려낸 듯한 눈꺼풀 아래에는 주계열성主系列星을 도려내 넣은 듯한 오묘한 황색을 띠는 시선이 있다. 깜깜해 깊이를 헤아리기 힘든 머리카락은 별이 펼쳐진 밤하늘 같다. 공허, 또는 무엇이든지 태어날 수 있는 생명의 보고寶庫, 가능성 따위가 뭉쳐 치맛자락과 함께 흩날렸다.
겨울이면 눈발이 날리고 강이 꽁꽁 어는 곳에서 태어난 자는 대체로 피부가 희다. 그것은 설악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곧잘 활기를 띠고는 했으니 창백하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지함을 넘어 사뭇 날카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인상은 짓궂은 장난을 칠 때면 장벽을 허물고 깔깔 웃어댔으니, 첫인상만큼 기묘한 분위기는 아니다.
기존에 입던 옷의 소매가 헤진 것을 발견한 설악이 어디선가 원단을 구해 와 직접 만들어낸 옷. 뛰어난 자수 솜씨가 엿보인다. 끈을 둘러 허리를 강조하였고, 기존의 것보다 몸을 덜 드러내 격식이 필요한 곳에서도 입을 수 있는 적절한 복장이다. 불의 나라 전통 복식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일행과의 조화를 고려했다고. 애매하게 남은 원단으로 접부채를 만들었지만, 장식 외의 쓸모가 없어 법선회관에 던져둔 뒤 그대로 잊어버렸다.
안에서 비추는 것
뒤틀린 세계에서 뒤틀려 있다는 것은, 비단 정상을 의미하는가? 그는 세상이 뒤틀리기 전에도 여전히 뒤틀린 사람이었다. 맹목적으로 자유라는 가치에 집착하며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이 어린아이처럼 서툴기 그지없고 감정의 크기가 얉다. 울지 않았으나 지나고 나서야 자신이 슬픈 줄 알았다. 그 슬픔조차 손으로 흩으면 사라질 만큼 조잡하기 그지없는데, 흐린 감각은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재가 되고 텅 비어버린 영혼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고 자기 세뇌를 해도 스스로를 유폐시킨 유리 감옥은 굳건히 현실과 자아의 경계를 긋고 있을 따름이었다.
원할 때 하고 원할 때 그만둘 수 없으면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처음 도달했을 때 그는 자유로운 자였지만 이제는 자유롭게 될 수 없었다. 손에 쥔 것들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 얄랑한 애정을,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이 부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감정이 굴러 유리 감옥을 깨고 울타리를 그렸다. 이 울타리 안쪽에서 설악은 설악인 채로 살 수 있었다. “나는 당신이 죽어도 울지 않을 거예요.” 라는 말을 내뱉어도 자신을 안아주는 이들이 있는 곳이므로.
짓궂은 장난을 곧잘 치고 능글맞게 웃으며 달아나는 것이 그의 일상이라지만, 가끔 차갑게 식은 얼굴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가 가벼워질 수 있는 만큼 깊게 사고할 수 있는 인간이었다. 답 없는 질문을 던지고 표정을 살피는 것은 결코 타인을 골리기 위함이 아니다. 타인을 소중히 여기기에, 그것에 자신의 생각을 맞추려고 드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일단 파헤처보고자 하고, 신비를 목격하면 원리를 깨우치고자 연구한다. 사람도 마찬가지. 알 수 없는 얘기를 떠들다가 무례한 질문거리를 늘어놓는 것을 보면 흔한 광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상을 투명하게 직시할 수 있는 순수한 성정을 지녔으나 대조되게도 자기 폐쇄적이다.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하얀 도화지와 같다. 그렇기에 인간과의 소통이 서툴지만,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한다.
그는 딱히 정의로운 인간상이 아니다. 다만 자신이 비교적 우위의 위치를 점하고 있으므로, 그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도움이 되니까 행하는 것이다. 설악은 지독하게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정의란 합리적인 것이었다. 사회 규범과 윤리, 도덕 따위도 마찬가지. 그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우리 총합의 목표가 행복으로 가는 길을 막는다면, 그것은 탈선한 열차와 같다.
가까이하는 것
호기심, 매운 음식,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
멀리하는 것
두려움, 축축하고 몸을 옥죄는 것, 부조리
잘하는 것
- 생존술 — 특히 야전에서 생존하는 것을 잘 한다. 곧잘 자급자족도 하는 수준.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데에 능하며, 야생동물을 조리하고, 비위가 좋아 맛이 이상한 것들도 잘 먹을 수 있다. 불평을 안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 바느질 — 어릴 적 교육의 일환으로 자수를 배웠는데, 적성에 잘 맞았던 모양인지 지금도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실과 바늘을 꺼내든다.
허리춤에 매인 것
- 반짇고리 — 실과 바늘, 천이 들어간 간단한 반짇고리. 천 구석에 있는 하다 만 자수 자국이 보인다.
- 담로湛盧 — 어느 승려에게 "혼란한 마음을 잠재울 수 있길." 라는 말과 함께 받은 장검. 검푸른 빛이 잠잠하게 빛나며, 칼날이 예리하여 무엇이든 벨 수 있을 것 같다. 휘몰아치는 잡념을 없앨 힘은 없지만, 주인이 마침내 깨달음을 얻고 마음 속의 혼란을 잠재운다면 강해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 곰방대 — 특별할 것 없는 곰방대. 상당한 애연가로, 자주 즐겨 피우는 듯하다. 담배는 서원을 나온 후 세상을 떠돌다가, 산의 나라에 사는 어느 양반에게 배운 것이라고.
있었던 일
그녀의 어린 시절은 늘 숲의 동물들과 함께했다. 그 어떤 위협도 들어오지 못할 가족들만의 낙원에서, 그녀는 삼녀로 태어났다. 두 오빠들 사이에서 귀하게 자라난 아이는 순진하고 천진난만했고, 가족들도 그것을 기꺼이 여기는 듯했다. 그가 기억하기로는 유복한 집안이었기에 생활에 문제도 생기지 않았거니와 그들이 사는 불의 나라의 정세가 불안하다니 같은 얘기는 그들이 사는 곳까지 흘러들어오지도 않았다.
설악은 2시간 정도 걸어가면 있는 작은 마을의 책방에서 탐독하는 것을 즐겼다. 그녀의 자리는 늘 책방 구석. 시원하지만 어둡지 않아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곳이었다.
어느 날 처음으로 손님이 찾아왔다.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심하게 다친 부랑자로, 아침에 마당을 청소하기 위해 나간 장남이 발견한 것이었다. 세 남매는 고민했다. 이 자를 받아주어야 할까? 차남이 잠시 고민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항상 가르쳐주시던 게 있잖아. 정의로워야 한다고. 설악아, 정의로운 자들은 항상 어떻게 하지? 설악이 답했다. 약한 자들을 돕지. 그것이 선이니까. 장남은 호쾌하게 웃었다. 그렇게 그들의 집에는 식구가 하나 더 늘게 되었다.
세 남매는 돌아가며 부랑자를 간호했고, 부랑자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나아지는 듯했다. 설악아, 너는 어리기도 하니 그만 도와도 된다. 나가서 조금 쉬다 오렴. 곧 부모님도 오실 테니 우리 둘만 있어도 괜찮을 거야.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인 설악은 책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날이 어둑어둑해질무렵 설악은 저만치 떨어진 숲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았다. 집이 있는 방향이었다. 얼마나 뛰었는지 폐에서 색색거리는 쇳소리가 났다. 분명 해가 졌을 텐데, 집이 있는 쪽은 아직도 붉은 빛이 아른거렸다.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처럼.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촌은 설악이 있다는 것을 잊은 것처럼 중얼거렸다. 아아, 형님. 고집을 조금만 꺾으셨더라면 ···.
설악은 그 옆에 서서, 재만 남은 집을 바라보며 멀거니 생각했다. 아마 그녀의 광증은 이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영원히 남을 불을 지펴서, 꺼트리지도 못한 채, 마음을 어지럽힌다 — 왜 나의 가족들은 죽어야만 했는가? 아니지, 아니야 ··· 내가 나로 살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
몇 년 뒤, 천애고아가 된 자신을 거둬 키운 사촌이 일렀다. 네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싶다면, 이곳에 가거라. 다만 목숨을 걸어야 할 거다. 설악은 제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죽어도 좋았다. 강해지는 것은 부차적이다. 그렇게 그녀는 무복 한 벌과 돈 몇 자루, 여벌 신 하나를 들고 서원으로 향했다.
설악은…
자기 폐쇄적이지만 동시에 수용적이다. 관대하며 제멋대로에 편견이 없다. 의사소통이 서툴고 타인과 깊게 교류하는 것을 꺼린다. 운명과 세상의 이치에 순응하지 않고 저항한다. ··· 그 모든 동시에, 행복을 찾는다.
탄운으로 오기까지
어느 날은 변덕을 부려 객잔에서 점소이 행세를 하기도 했다. 점소이는 어째서 이런 험한 꼴을 겪으면서까지 객잔을 운영할까, 라는 순수한 궁금증이 이유였다. 그러던 중 객잔에서 행패를 부리는 자들과 시비가 붙어 상대를 해주게 되었는데, 운명은 운명인지 ··· 기연을 얻어 도사로서 옥룡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처음은 흥미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도道란 무엇일까. 옥룡대에서 그녀는 엇나가는 존재였다. 의심해서는 안될 정의를 의심하고, 가까이해서는 안될 악을 탐구했다. 명백한 부적응자였던 그녀는 동료의 모함 끝에 옥룡대 합류 3년만에 죄수의 신분으로 전락하게 되었고, 곧, 탈출과 동시에 청룡의 뜻을 목격하고 백리연우의 안내를 받아 북부로 향한다.
결말로 향하는 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수십년이 있는가 하면, 수십 년의 일이 일어나는 몇 달이 있다. ··· 여행길에서, 설악은 마음 속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다. 표출, 자기 표현 등으로 불리는 그것은, 설악의 언어로 자유라고 칭한다. 모든 이들이 숨김 없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길을 걷는다. 그 '모든 이들' 속에는 자신도 포함되어 있을까?